- BGM: Exit Music / Radioh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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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잠에서 깨어났다. 어둡던 눈꺼풀이 걷히고 서서히 빛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흐릿하던 천장이 보다 선명하게 시야에 들어왔지만 몸을 일으키진 않았다. 그대로 누운 채로 몇 차례 깜빡이는 눈을 다시 잠재운 뒤, 제 규칙적인 숨소리와 함께 머리맡에 머물던 오래된 말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 우선이었던 척추 압박 골절과 십자 인대 파열 수술은 비교적 성공적이긴 했으나… 아직 의식이 돌아오지 않아 문제로군요. 우선 생명에 지장은 없었지만, 재활 치료가 끝난다고 해도 무리한 운동은 역시 힘들 것 같습니다.
  - …….
  - 여전히 깨어나지 않는 건 아마 본인이 그러길 거부하는 것 같습니다만…….
 
  선수로서의 인생의 종말, 그것은 오이카와 토오루에겐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는 죽음을 택하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몰랐다. 노력의 결과는 더없이 참담했다. 무엇을 위해 지난 10년 동안 그렇게 노력해왔던 것인가. 여태까지 쌓아오던 것이 어쩌다 한 번 찾아오는 큰 물살에 형태 없이 완전히 무너져 내려버릴 모래성이었다면, 대체 왜 그토록 작은 모래알을 하나하나 모아 쌓아올리기 위해 고군분투 해왔던 것인가. 그 생각을 하자 온몸에 힘이 쫙 풀렸다.
 
  - 선배.
 
  그러나 오이카와는 제 가슴께를 쿡쿡 찔러대는 또 다른 목소리에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며 벌떡 상체를 일으켰다. 선배는 왜 저를 좋아하시지 않는 겁니까? 너무나도 순수해서, 이기적이기까지 한 질문이었다. 그 새하얀 순수를 감당할 수가 없어 오이카와는 차마 운도 마저 떼지 못하고 뒷걸음질만 쳤다. 그러자 갑자기 시야가 마구 뒤틀리더니 카게야마의 얼굴이 정반대로 뒤집혔다. 놀란 표정이었다. 오이카와는 그 표정을 보며, 그를 바라보는 제 표정은 어떨지 상상하다 연이어 몸에 가해지는 커다란 충격에 이내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눈을 떠보니 하얀 천장이 오래도록 미루던 안녕을 전하고 있었다. 손에는 바늘이 꽂혀있고, 몸은 의외로 가벼웠다. 누워있는 동안 가족의 울음소리와 지나치게 무덤덤한 의사의 목소리를 듣고, 핀잔을 주는 이와이즈미와 안타까운 한숨을 내뱉는 부원들의 인사를 받아내면서도 오이카와는 깨어나길 거부했다. 일어나 봤자 몸은 무겁겠거니, 움직일 수 없겠거니 생각했다. 꿈을 잃은 이상 끝까지 꿈속에서 헤매는 것도 나쁘진 않으리라. 살아서 숨 쉬는 편이 더 크나큰 악몽일 터이니.
 
  "그리고 적어도 원망스럽다는 그 애의 눈빛을 보지 않아도 되니까……."
 
  빈 병실 안에 오이카와의 낡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얼마 만에 입을 열어 음성을 내뱉는 건지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 본인은 누워서 시간을 확인하지도, 할 의지도 없었기 때문에. 어쩌면 멈춰버린 자신을 그대로 둔 채 야속히 지나간 시간 속에서 친구 이와이즈미 하지메는 이미 고등학교를 졸업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또, 지나치게 단순하고 순수해서 늘 자신을 곤란하게 만들었던 그 카게야마도 고등학교에 들어가 좋은 사람들을 만나 비교적 원만히 잘 지내고 있을 수도. 혹은, 자신 대신에 본인을 좋아해 줄 사람을 만났을지도 모르고, 또 본인 대신 서브를 가르쳐 줄 사람을 찾았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래서 누워 있는 동안 오이카와는 두려웠다. 본인과 그들의 시간에 생겨버린 어마어마한 틈이, 좁힐 수 없다 생각해 너무나도 두려웠다.




카게른 트친오락관에 A조로 참여 했었습니다! http://keysday0923.wixsite.com/kageorak/home

제 글 하나로 주제가 완전히 틀어져버렸네요 죄송합니다... 울면서 반성하겠습니다 (씁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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